영화의 울림
삶의 한토막을 썰어 놓다
dream_to_reality
2021. 5. 2. 12:55
현실의 삶
40년 전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이민자의 삶에서 오늘의 나를 보았다. 자유를 외치며 회사를 벗어날 고민만 하는 오늘의 나와 병아리 공장을 벗어나려는 아버지의 싸움은 수십 년이 지난 오늘도 계속되고 있었다. 나아지려는 것. 아마 수천 년 전의 삶도 그랬을 것이다.
두려운 오늘이지만 '잘될거야'라고 애써 말하는 아버지의 눈빛에는 사실 불안과 고통만 가득하다. 그리고 고난의 끝맺음 없이 그 어느 한가운데에서 이야기를 끝내는 이 영화는 그래서 더욱 현실의 삶을 날 것 그대로 가져온듯했다.
인생에는 해피엔딩이 그리 많지 않다. 우물을 새로 파 다시 농장을 시작하는 주인공 가족의 삶이 인제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창고가 불타버렸던 그 고난이 몇 번은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이 진짜다.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상상할 수 없는 시린 고통의 끝에, 찰나의 기쁨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인 것. 그 찰나의 기쁨이 다시 좌절의 시작이되기도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인생은 분절이 아닌 연속이기에 멀리서 보면 그저 흘러가는 강물인 것이다.
그래서 영화의 끝은 더욱 가슴을 파고 드는듯 했다. 고통의 끝에 행복을 얻는 가족이 아니라 희로애락에 상관없이 그저 묵묵히 자라나는 미나리의 모습이 높은 파고를 맞고도, 가슴 저미는 상처에도 먹고, 자고, 일어나 다시 일상을 걸어가는 우리의 진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