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1 그저 잠시일 뿐 겨울이 다시 돌아왔다. 시련의 계절 겨울. 차 앞 유리엔 성에가 꼈고, 칼날 바람은 볼을 스친다. 여름이 끝나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시련. 그리고 다시 오는 여름. 스피노자는 세상 만물이 모두 신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아는 바가 없지만 과학이 빅뱅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그의 통찰은 참으로 놀랍다. 모든 것은 돌고 돈다. 내가 죽은 뒤 나의 '육'은 또 다른 존재의 일부가 된다. 내 삶은 그저 억만 겁의 윤회 중 찰나의 한순간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복잡하게 얽혀있던 마음도 한순간 풀린다. 삶이란 그런 것, 찰나에 엉켰다 풀려버리는 작은 매듭. 그러니 다시 꿈을 꾸자, 설레고, 기대하자 시련의 아픔은 잠시 밀쳐놓고 찰나의 기쁨을 만끽하자. 그래도 된다. 그저 잠시일 뿐이다. 2023. 11. 13. 이전 1 다음